[가난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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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 노래]
제가 14살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던 시가 가슴에 막히고 말았어요. 시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이 두 시는 지금까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 중에서 어떠한 세월을 지나도 항상 상위를 차지합니다. 그중에서 시인 신경림 선생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준딘이가 뭘 안다고 말 그대로 중이병이 있었던 시기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의 나는 실로 과묵해서, 교내에서도 기억하는 사람이, 베스트 프렌드 외에는 없을 정도로 조용한, 다가가기 어려운 문학 소녀였습니다. 지금다시생각해봐도그어린시절에그경험치가녹아있는시구들이무엇이그렇게내마음을 사로잡았는지전혀알수가없습니다. 그 어린 마음에도…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늘 기억할 만큼 깊이 새겨져 있었죠.
아직도 기억나요 반에서 가난한 사랑의 노래를 외워 낭독한 사람은 저뿐인데, 그 낭독을 듣던 선생님은 혹시 님의 침묵을 기억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은 없지만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영은 시인의 ‘님의 침묵’은 꽤 긴 시에요. 조용히 눈을 감고 3분의 1 정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줄의 단어 하나가 전혀 생각이 안 났어요.그래서 멍하니 눈을 뜨고 생각하고 있는데 반장이었던 친구가 손을 들었어요. 그러자 반장과 나를 번갈아 보던 선생님은 다음 줄부터 반장이 ‘해봐’라고 했고, 반장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다음 단어부터 내려다보았습니다. 그 다음 시간부터는 반장과 저 두 사람이 항상 시 또는 시조를 하나씩 반 대표로 뽑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선생님은 자주 저를 불렀습니다. [가난한 사랑 노래] 쳐달라고 항상 시켜주셨어요 그리고 그 말을 들으신 맞은편 도덕 선생님은 제 낭독이 끝나면 항상 창가에서 뭔가를 깊이 생각하시면서 담배를 한 개비 깊이 피우셨습니다. 그때는 뭔가 내가 모르는 어른세계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윤 집사이기 이전에 개인적으로도 “가난한 사랑의 노래”라는 시는 제 인생에서 제 슬픔을 가장 깊이 접하고 있는 시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14살 때부터 일찍 알게 된 현실의 늪이 그렇게 달콤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나에게는 언제나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수많은경험치를축적해도사람과의관계라는것은항상정답이없고매번어려운일이니까요.
제 인생에서 엇갈린 많은 사람들 중에 “가난한 사랑의 노래”만으로도 이별의 이유가 대변되는 사람도 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님의 침묵의 의미 해석 속에서 나라를 잃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애인을 잃은 슬픔의 측면이 접하고 있었다. 가장 애절하게 사랑했던 이 사람과의 사별 역시.. 있었습니다. 이것마저도 지나간 일이었고, 항상 놀라운 것은 지나가면 다 희미해지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013년 24마리의 새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번에 구조하다고 카페를 인수하고 화물을 운영 하면서 윤집사로서의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지금은 이것마저도 8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8년만에 또 “가난한 사랑노래”를 꺼내 수십번 읽고 몇번이나 마음에 담았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의 노래>는 제 개인 삶 중에서도 제 가장 깊은 내면의 슬픔을 대변해 준 시이며, 그리고 윤 집사로서의 삶 속에서는 그 제목 자체가 현실을 대변해 주기도 합니다. 저는 항상 살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지만.. 윤집사로 살아온 8년이라는 긴 세월은 마치 똑같은 인생을 여러 번 반복해서 산 것처럼 견디기 어려운 무게이며, 그렇기 때문에 매번 나의 의지력이 모든 것을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계속 가슴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이 바로 제 가난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한탄입니다. 아이들을 내려놓을 수… 필요한 시기에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헛되이 아이들을 놓치는 것이. 나의 가난 때문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매일의 시간들 속에서. 아이들의 목숨이 두 눈 속에서 메말라 가는 몸에서 서서히 꺼져 가는 것을 매 순간 눈을 깜박이며 하나하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하는 일이 모두 헛되이 느껴지더라도 남은 아이들을 다시 가슴에 담아 다시 이를 악물고 전진하는 이런 일상이 말이다.
나에게는 마치 [가난한 사랑 노래] 똑같아요.
쉼터의 일상과 일정을 올리던 중… 글이 멈췄어요.아무런 기척 없이 하루아침에 한 아이가 떠난 5월 29일부터다.저는 주로 지루하고 길게 글을 올리는 편인데 그날만큼은 한 글자도 못 써요. 아마 언젠가는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날이 오늘이 아닌 게 분명해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제목으로 엉뚱한 시 한 편을 바꿔볼게요가난한 사랑의 노래
가난하다고 외로움을 모르느냐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두려움은 없을까.두 가지 점을 보는 소리=방범대원의 호루라기 소리, 소밤이의 생각에 눈을 뜨면 멀고 무거운 기계가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그리움을 버렸을 리 없는데도 어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에 중얼거려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잎으로 하나 남아 있는 새빨간 감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를까 너의 뺨에 울린 너의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너의 숨결 내 등뒤에서 울린 너의 울음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는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두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